
2021년 수원 효원고에서 손도 대지 않은 학교급식 약 1,160㎏이 한꺼번에 버려졌다. 당시 교육행정실장이던 오종민 사무관이 시작한 예비식 기부는 학교와 복지기관을 연결하는 활동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구상으로 이어졌다. 5년 뒤 ‘더 넥스트테이블’은 7,440개 팀이 참가한 범정부 공공데이터·AI 활용 창업경진대회의 최종 10개 팀에 올랐다.
행정안전부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더 넥스트테이블’의 ‘학교급식 예비식 기부 플랫폼 구축사업’은 제14회 범정부 공공데이터·AI 활용 창업경진대회 아이디어 기획 부문 왕중왕전 진출작으로 선정됐다. 이 구상을 제안한 오종민 지방교육행정사무관은 현재 경기도교육청 소속 용인 성지고등학교 교육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오 사무관은 공무원 신분으로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올해 대회에는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등 42개 기관이 주관한 예선에 7,440개 팀이 참가했다. 예선을 거쳐 추천된 111개 팀이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통합본선을 치렀고, 아이디어 기획과 제품·서비스 개발 부문에서 각각 5개 팀이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행안부가 제시한 약 744대 1의 경쟁률은 전체 참가팀 수와 최종 진출팀 수를 비교한 수치다.
최종 순위는 오는 11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결정된다. 대통령상 2점과 국무총리상 2점 등 총 10점의 상장과 1억원 규모의 상금이 걸렸다. 오 사무관의 아이디어가 출발한 곳은 창업 현장이 아니라 학교 급식실이었다.
먹고 남긴 잔반과 배식하지 않은 예비식
오 사무관이 문제를 체감한 계기는 코로나19로 준비된 급식을 전량 폐기했던 경험이다. 2024년 뉴시스 인터뷰와 조선일보 환경대상 수상자 보도에 따르면 효원고에서 학생 감염이 발생해 급식을 중단하면서 1,100명분의 음식이 버려졌다. 음식은 조리됐지만 학생들에게 제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오 사무관은 이를 소외계층이나 복지기관에 전달하려고 학교를 설득했다. 그러나 학교 밖으로 반출한 음식으로 위생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지 분명하지 않았다. 그날 음식은 결국 폐기됐고, 이후 그는 사회복지법인과 푸드뱅크 등 기부처를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가 강조한 구분은 학생이 먹고 남긴 잔반과 배식하지 않은 음식의 차이다. 예비식은 급식 인원 변동 등에 대비해 조리했으나 학생에게 배식하지 않고, 사람의 손이나 식기에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로 관리한 음식을 가리킨다. 이름만 바꿔 모든 남은 음식을 기부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오 사무관은 CO2에 실린 공개 기고에서 ‘잔식 기부’를 ‘예비식 기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남은 음식을 다시 쓴다는 인상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위한 자원 재배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명칭이 식품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분리·보관·포장·인계 과정의 위생 관리가 기부의 전제다.
학교 전체의 감량 활동, 복지기관과의 협약으로 이어지다
효원고는 예비식 기부와 함께 학생들의 잔반 줄이기, 급식 인원 예측, 희망 메뉴 반영, 배출량 공개 등 감량 활동을 진행했다. 2023년 11월 뉴시스 현장 보도에는 전년 대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55% 감소와 처리비용 49.2% 절감 실적이 소개됐다. 같은 해 4~9월 폐기물 감축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만671㎏으로 보도됐다.
이는 예비식 기부만의 효과가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 영양교사와 조리종사자가 함께 추진한 학교 전체의 감량 활동을 반영한 수치다. 절감한 처리비용은 급식의 질을 높이는 데 보탰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학생들의 일상과 이웃의 식사로 연결된 셈이다.
이러한 활동으로 효원고는 ‘2023년도 공공집단급식소 남은 음식물 목표관리 및 감량경진대회’ 단체 부문에서 환경부장관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오 사무관 개인의 수상과는 구분되는 학교의 성과다.
그는 조원고로 근무지를 옮긴 뒤에도 급식 기부를 이어갔다. 기부가 담당자의 선의에만 기대지 않으려면 위생과 책임, 운반과 협력기관의 역할을 행정 체계 안에 담아야 했다. 경기도의회 문승호 의원과 협력해 학교급식 잔식 기부 활성화 조례 제정에도 힘을 보탰다.
조선일보가 환경대상 수상자를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192개 학교가 예비식 기부에 참여했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활동이 다른 시·도의 조례와 학교 현장으로 확산된 것이다. 기부 대상과 전달 방식은 각 지역의 제도와 식품안전 기준에 맞춰 운영해야 한다.
환경·복지·교육을 함께 다룬 활동
예비식 기부는 폐기량을 줄이는 환경 활동이면서, 식사가 필요한 이웃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복지 활동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음식과 자원순환의 관계를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교육 소재가 될 수 있다. 급식실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과정에 여러 정책 영역이 겹쳐 있다.
오 사무관의 활동은 환경 분야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2024년 제31회 한라환경대상 대상을 받았고, 2025년에는 제31회 늘푸름환경대상 대상으로 선정됐다. 한라일보는 손대지 않은 급식을 취약계층에 기부하면서 음식물쓰레기와 처리비용을 줄인 활동을 소개했다. 매일신문과 화성장학문화재단은 급식 기부 시스템 구축과 제도화 공로를 수상 사유로 밝혔다.
2026년 7월에는 제21회 대한민국환경대상 환경교육 부문 대상과 제34회 조선일보 환경대상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폐기하던 급식을 교육·환경·복지 자원인 예비식으로 전환하고, 저소득층의 한 끼와 연결한 점에 주목했다. 같은 달 22일 열린 시상식에서도 2021년 효원고의 급식 폐기 경험이 활동의 출발점으로 소개됐다.
국제 수상 이력도 보도됐다. CO2의 지난 8월 보도는 오 사무관이 2025년 영국 International Green Apple Environment Awards에서 Commended Winner에 선정됐으며, 2026년 International CSR Excellence Awards에서 개인과 경기도교육청 기관 명의로 각각 GOLD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Global Sustainability Awards 2026 교육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도 함께 전했다.
이들 수상은 예비식 활동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 교육 분야에서 평가받아 온 기록이다. 이번 창업경진대회는 여기에 다른 과제를 더했다. 현장의 나눔 활동을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버려질 한 끼를 어르신의 일자리로 연결하는 구상
오 사무관이 제안한 ‘AI 기반 그냥드림 예비식 안심배송단’은 전달 과정에 노인일자리를 결합한 모델이다. 학교별 예비식 발생량과 복지기관 수요를 예측·관리하고,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포장과 배송을 맡아 수혜자의 안부도 확인하도록 설계했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7월 발표하고 KDI 경제교육·정보센터에 수록된 자료에 따르면 신규 노인일자리 아이템 공모에는 525건이 접수됐고, 우수 아이템 10건이 선정됐다. ‘AI 기반 그냥드림 예비식 안심배송단’도 선정작에 포함됐다. 전국매일신문은 오 사무관의 제안이 보건복지부장관상 최우수상에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선정이 곧 전국 시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절차는 사업 구체화와 현장 적용 가능성 검토, 2027년 시범사업을 통한 효과성과 지속 가능성 검증이다. 예비식을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하는 일에 일자리와 돌봄을 결합하려는 제안이 정책 검토 단계에 오른 것이다.
AI의 역할은 남는 음식과 필요한 식탁을 연결하는 것
학교가 늘고 전달기관이 많아질수록 연결에 필요한 정보도 늘어난다. 어느 학교에 어떤 음식이 얼마나 있는지, 받을 기관이 필요한 양은 얼마인지, 누가 언제 운반하고 인계했는지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오 사무관이 추진해 온 ‘넥스트 테이블 AI 푸드브리지’는 이 과정을 디지털로 옮기려는 시도다.
CO2의 공개된 인터뷰·관련 보도에 따르면 플랫폼은 학교 예비식의 수량과 품목을 등록하고 수혜기관의 필요량과 연결하는 구조다. 분리 시각과 보관 온도, 포장·인계 시간, 전달기관과 수령 확인 정보를 QR로 기록하는 기능도 제시됐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부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AI 활용 구상에는 학사일정과 급식 인원 변동, 결석률, 기상정보와 과거 급식데이터를 분석해 식수 인원과 예비식 발생량을 예측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수혜기관의 수요와 배송경로를 연결하고, 기부량과 음식물폐기 감축량을 관리하는 방향도 제시됐다.
행정안전부 공식 진출작 명단은 더 넥스트테이블의 출품작을 ‘학교급식 미배식식품(예비식)의 폐기를 막고, 취약계층 식사 지원과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AI 공공 순환 플랫폼’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AI의 역할은 음식 자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다루는 것이다.
지난 8월 공개된 내용은 단계별 추진 상황을 보여준다. 앱 개발과 QR 기록 기능이 소개됐고, AI 예측과 배송 연결은 향후 계획으로 제시됐다. 성지고에서의 시범 운영은 시스템 안정화와 위생·보안 점검, 수혜기관 협의를 거쳐 9월부터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입력 정보의 정확성과 인계 기록뿐 아니라 식품안전 절차, 전달기관의 책임, 실제 배송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그 과정을 기록하고 연결하는 수단이다. 학교와 복지기관, 담당 인력이 수행하는 안전 관리 자체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시를 읽는 공무원, 현장의 문제를 제안으로
오 사무관은 『시에서 삶을 얻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2024년 동연에서 출간한 이 책은 시와 공직 경험, 삶에 대한 생각을 함께 담았다. 공개된 목차에는 ‘코로나 때 손도 안 댄 보쌈 1,100인분 폐기에 자괴감’, ‘무료급식소 줄 선 노인들 외면하지 말아야’ 등 급식 기부로 이어진 경험도 실려 있다.
도서의 공개 저자 소개에는 2006년 정부 모범공무원 국무총리 표창, 2008년 국민·공무원 제안 금상, 2009년 국가사회 발전 제안 관련 국무총리 표창과 특별승급 이력이 기재돼 있다. 일상적인 행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제도 개선을 제안해 온 이력이 예비식 활동보다 앞서 있었던 셈이다.
오 사무관은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도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CO2 보도에서 예비식 기부가 ‘선의에만 의존하는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위생과 안전, 책임과 기록을 갖춘 지속 가능한 공공정책으로 정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1월 무대에 오른 급식실의 문제
효원고에서는 버려지는 급식을 보며 기부의 길을 찾았고, 조원고에서는 그 활동을 이어갔다. 성지고에서는 예비식의 등록과 연결, 인계 기록에 데이터를 접목하는 구상으로 발전했다. 학교 한 곳에서 발견한 문제가 조례와 환경교육, 노인일자리 제안, AI 플랫폼으로 이어진 흐름이다.
7,440개 팀 가운데 최종 10개 팀에 올랐다는 사실은 이번 왕중왕전 진출의 규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인물의 지난 5년을 설명하는 출발점은 여전히 1,160㎏이다. 먹지 않은 음식을 버리는 대신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묻기 시작했던 급식의 무게다.
오는 11월 킨텍스에서는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더 넥스트테이블’이 풀어야 할 과제는 수상 이후에도 남는다. 어느 학교에서든 안전하게 관리한 예비식이 필요한 이웃의 식탁에 닿도록, 현장의 절차와 데이터 체계를 함께 갖추는 일이다.
출처: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AI 창업경진대회 왕중왕전 진출 발표
https://www.mois.go.kr/frt/bbs/type010/common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0008&nttId=129954
경기도교육청, 2025년 7월 1일자 인사발령 내역
https://www.goe.go.kr/resource/goe/na/bbs_1922/2025/06/864d7325-9a9e-4558-a6c4-2e6aaed3ce66.pdf
오종민, ‘잔식 기부’에서 ‘예비식 기부’로 바꾸자(CO2 기고)
https://www.co2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1639
뉴시스, 오종민 조원고 교육행정실장 인터뷰
https://mobile.newsis.com/view/NISX20240103_0002580188
뉴시스, 효원고 급식 감량 프로젝트 현장 보도
https://www.newsis.com/view/NISX20231114_0002520771
뉴시스, 효원고 음식물 감량경진대회 최우수상 보도
https://www.newsis.com/view/NISX20231227_0002573095
한라일보, 제31회 한라환경대상 수상자 소개
https://s1.ihalla.com/article.php?aid=1719770400759435020&page=28
매일신문, 제31회 늘푸름환경대상 시상식
https://www.imaeil.com/page/view/2025121009285857331
조선일보, 제34회 환경대상 오종민 수상자 소개
https://archive.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D=15&ID=2026071501014SH301&M=07&Y=2026
조선일보, 제34회 환경대상 시상식
https://archive.chosun.com/pdf/i_service/printTxt.jsp?ID=2026072301020SR101
CO2, 오종민 성지고 행정실장 인터뷰·관련 보도
https://www.co2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3064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신규 우수 아이템 선정(KDI 수록)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84246
전국매일신문, 예비식 안심배송단 최우수상 선정
https://www.jeonma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78801
교보문고, 『시에서 삶을 얻다』 목차·저자 소개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9183179
루디아기독교백화점, 『시에서 삶을 얻다』 도서정보
https://lydiabook.com/product/%EC%8B%9C%E8%A9%A9%EC%97%90%EC%84%9C-%EC%82%B6%EC%9D%84-%EC%96%BB%EB%8B%A4/9885/









